미국산 밀가루+화학첨가물 친환경 과자들. `엄마의 마음`?

유명제과업체에서 나온 친환경을 표방하는 과자들

ⓒ 이윤기

지난해 멜라민 파동 이후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을거리'로 눈을 돌리면서, 제과업체들도 소비자들 요구에 맞추어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월경 오리온 '닥터유'를 시작으로 오리온 '마켓오', 해태 '뷰티스타일' 등이 출시됐고, 최근에는 롯데제과에서 '마더스핑거'라는 브랜드를 들고 '안전한' 과자 경쟁에 합류했다.


[오리온 '닥터유'] 과자 주재료인 밀가루는 '미국산'


'닥터유'라는 새로운 상표로 안전한 과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오리온 닥터유의 경우 제품 광고에 "100% 순수한 통밀", "발아통밀+발아보리+발아현미", "엄마마음 안심 프로젝트"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곡물의 새싹을 틔워 만들거나 통밀가루를 사용하여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는 광고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흔히 안전한 과자라고 생각하는 유기농재료를 사용한 제품은 아니다. L-글루타민산나트륨, 합성착색료, 합성보존료와 주요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광고를 통해 '안전한 과자'라는 인상을 주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 과자 제품은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닥터유 제품은 주재료인 밀가루를 미국산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수입 밀가루의 경우 재배과정에서 과다한 농약 살포와 제초제 사용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수확 후 농약처리'(Post-harvest treatments)에 따른 위험이 매우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쇼트닝, 산도조절제, 산화방지제, 가수분해옥수수글루텐, 합성착향료, 백설탕, 마아가린, 식물성유지, 글리세린, 유화제, 솔비톨, 말티톨 등의 첨가물이 들어있다. 


[해태 '뷰티스타일'] 장수식품만 넣었다? 장수식품의 기준은?


해태제과 '뷰티 스타일'은 '슈퍼푸드'임을 내세우는 제품이다. 회사 측에서는 슈퍼푸드가 "세계 장수국 식단에 공통되는 식품으로 건강하고 장수하기 위한 몸에 좋은 식품을 의미" 한단다. 참 애매한 표현이다. 세계 장수국은 어떤 나라인가? 더군다나 건강하고 장수하기 위한 식품은 또 무엇인가?


'단호박 스낵'과 '허니 아몬드S' 제품 포장박스에는 '국내산 단호박 사용, 엄선된 원료, 식이섬유포함, 올리브유 사용, 캘리포니아산 아몬드, 아카시아꿀 사용(뷰티 스타일은 4가지 '아름다운 비밀' 재료인(Beauty Secret 4)를 사용했다고 홍보한다)'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다거나 현대인에게 필요한 영양을 함유한 엄선된 원료를 사용하였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상투적이다. 어떤 성분이 얼마나 함유되었는지를 밝히지 않은 채 기존 제품들과 다른 제품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뷰티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볼수록 뭐가 아름다운 재료라는 것인지 더욱 오리무중이다. 국내산 단호박을 사용하는 것이 아름다운 비밀인지, 캘리포니아 아몬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름다운 비밀인지, 아카시아 꿀을 사용하는 것이 아름다운 비밀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성분 표시를 살펴보면 기존 제품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가 더욱 어렵다. 미국산 밀가루, 말레이시아산 팜올레인유, 단호박맛시즈닝, 호박분말, 정백당, 치자황색소, 홍국적색소, 호박향 합성착향료, 파프리카 추출색소, 태국산혼합식용유, 물엿, D-소르비톨, 쇼트닝, 산도조절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단호박 스낵에는 단호박 17%, 올리브유 3%가 함유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식물성 기름은 콩이나 옥수수처럼 유전자 조작 원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위험도 있지만, 정제과정이 압착유인지, 정제유인지에 따라서 식품안전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다. 따라서 단순히 올리브유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기존 제품들 보다 더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허니아몬드S' 제품의 경우는 조금 더 심하다. 포장박스 광고에선 단호박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분을 살펴보면 단호박 퓨레, 호박향 합성착향료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온다.

[크라운 '자연이야기'] 원료는 유기농, 첨가물은 그대로


유명제과 업체 친환경 표방 과자들의 성분표시

ⓒ 이윤기

'자연이야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크라운 제품은 '유기농 원료' 사용을 표방하고 있다. "자연이야기 유기농은 95% 이상 유기농원료만을 사용한 크라운제과의 친환경식품 대표브랜드"라고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나온 유기농 샌드와 유기농 웨하스 성분표를 살펴보면, 유기농밀가루(호주산), 유기농쇼트닝(콜롬비아산), 유기농설탕(호주산), 유기농포도당(미국산), 유기농혼합분유(오스트리아산), 유기농계란분말(이탈리아산), 유기농백설탕, 유기농야자유, 유기농올리고당 등 각각 전체 재료의 97.7%, 98.9%가 유기농 재료인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품에도 산도조절제, 정제소금, 천연바닐라엑기스, 천연바닐라향 등의 첨가물은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 제품은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95% 이상의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농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설탕과 같은 불가피 재료가 아닌, 대부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모두 수입해오고 있는 것이다. 억지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어렵게 유기농업을 지켜가고 있는 국내 유기농 재배농가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해주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입해온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친환경제품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생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거리, 이른바 '푸드 마일리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호주, 미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수천마일 떨어진 먼 곳에서 우리나라까지 운반되는 동안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해 이동했을 것은 너무나 뻔 한 일이기 때문이다.


[롯데 '마더스 핑거'] '국내산 쌀 과자'에 호주산 귀리가 50%나


롯데제과는 엄마 손길을 상징하는 '마더스 핑거'를 새로 내놓은 안전한 과자 상표로 사용하고 있다. '마더스 핑거'는 "자녀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만든 롯데제과의 건강, 안심과자 브랜드"라고 한다.


'마더스 핑거'가 제품은 다섯 가지 과자 안전지대 '스쿨존'을 표방하고 있는데, NO 밀가루, 무첨가, LOW 저나트륨, 칼슘함유, 열량영양 안전설계를 말한다. 특히, 위험한 첨가물로 잘 알려진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합성감미료, L-글루타민산나트륨, 글루텐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더스 핑거' 제품인 블루베리와 오트크런치 제품을 살펴보면, "밀가루가 걱정되는 엄마의 마음으로 밀가루 대신 순수 국내산 쌀로 만든 과자를 실현"하였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성분표시를 살펴보면 오트크런치의 경우 전체 재료의 50%를 호주산 귀리분말을 사용했고, 국내산 쌀은 7%, 흑미는 5%를 썼을 뿐이다.


위험한(?) 밀가루 대신 국내산 쌀을 사용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산 쌀 함유량은 12%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국내산 쌀이라고 하더라도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생산되었다는 표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한, 관행농업으로 재배된 쌀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첨가물표시를 살펴보면 식물성유지, 유청분말, 블루베리농축분말, 백설탕, 물엿, 옥수수 전분, 흑당시럽, 기타코코아가공품, 천연바닐라추출물 등의 재료를 사용했다고 적혀있다.


55가지 화학물질이 결합돼 만들어진 '산도조절제'


그럼, 이쯤에서 안전한 과자 혹은 친환경 먹거리를 표방하는 이들 제품에 포함되어있는 첨가물 몇 가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가장 여러 제품에 들어있는 것은 바로 산도조절제이다. 소비자들은 과자 포장지에 있는 성분을 보면서 한 가지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여러 첨가물을 섞어 놓고는 하나의 성분명으로 표시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산도조절제다.


산도조절제 안에는 식품에 상큼한 맛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산미료 구연산, 사과산, 탄산칼슘이나 탄산수소나트륨(중조), 구연산칼륨 등은 물론이고, 염산과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황산알루미늄칼륨(명반) 같은 알루미늄 화합물들, 인산나트륨을 필두로 하는 인산염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산도조절제라는 아리송한 첨가물 안에는 조미 기능, 발색 기능, 식감 개선 기능, 보존성 향상 기능을 하는 무려 55가지나 되는 화학물질이 숨어있는 것이다.


산도조절제 다음으로 많이 들어있는 것은 합성착향료이다. 합성착향료는 세상에서 발견되거나 새로 만들어진 향료물질을 섞어서 만든 것(조향)인데, 식품의 향미를 증진하거나 나쁜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주로 사용한다.


휘발유처럼 타오르는 합성착향료

ⓒ KBS

합성착향료와 관련해서는 KBS <스펀지2.0> '알아야 산다'에서 "과일맛 우유에 인화물질이 들어있다", "딸기 우유에 딸기가 없다?", "100% 오렌지주스에도 첨가물이 들어있다" 등과 같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딸기향 하나를 만드는 데만 모두 31가지 화학약품이 들어간다는 사실과 합성착향료 원액이 휘발유처럼 활활 타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하였다.


"미국흉부외과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자레인지 팝콘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타액 검사 결과, 팝콘의 인공 버터향인 디아세틸 성분이 폐와 기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합성착향료 생산노동자들의 폐색성폐질환에 대해 합성착향료를 만들 때 포함되는 2000가지 이상의 화학 물질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스펀지 2.0)


더군다나 합성착향료는 식약청 하루섭취 허용량조차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과잉섭취 우려가 있고 두통, 복통, 주의력결핍행동장애와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여러 제품에 유화제가 사용되었는데, 알려진 것처럼 태안반도 원유유출사고가 있었을 때, 기름띠를 제거하는 데 사용했던 화학약품이 바로 유화제다. 또 설탕 대신 단 맛을 내면서 설사와 복통, 위와 장에 가스 차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솔비톨, 그리고 일본'식품 첨가물 평가일람'에 '위험등급 3급'으로 분류된 치자황색소가 사용된 제품도 있다.


또 기름을 사용한 과자의 산패를 막기 위해 산화방지제를 사용한 제품도 있었다. 어떤 종류의 산화방지제가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산화방지제는 칼슘부족, 뇌기형, 유전자손상, 콜레스테롤 상승, 염색체 이상 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랜스지방 0g'은 진짜 '0g'이 아니다?


'꽃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민호를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오리온 '마켓오'

ⓒ 오리온

제과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4대 브랜드 제품에는 한결같이 '트랜스지방 0g'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소비자들 중에는 영양성분표를 보며 이들 과자 속에는 트랜스지방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표시기준에 따라 가려져 있을 뿐이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제품 1회 제공량당(과자류의 경우 30g) 트랜스지방이 0.2g미만 들어있을 경우 '0'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체 100g인 제품 속에 트랜스 지방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라 1회 제공량인 30g에는 트랜스지방이 포함되어있지 않다는 뜻에 불과하다.


제품 성분 외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대부분 제과업체 과자들은 '친환경', '안전한 과자'를 표방하면서도 여러 겹으로 포장하여 환경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다. 대부분 종이 상자로 포장을 한 안쪽에 비닐 충전포장을 이중으로 하였다. 어떤 제품은 종이 상자로 포장하고 안에 플라스틱 완충제를 넣고 개별포장을 하기도 했다.


일반 제과업체들이 대부분 과자 포장을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과대포장으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친환경, 건강한 식품, 안전한 과자, 유기농을 표방한다면, 과자 포장 역시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케팅은 '친환경'인데, 겹겹포장으로 환경파괴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포장된 친환경 표방 제품들

ⓒ 이윤기

한 회사의 경우 친환경포장지를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은 지금까지 판매하던 일반제품과 다름없는 포장으로 되어있다. 또 정확한 개념을 확인할 수 없는 애매한 '그린 패키지'와 같은 표시를 하고, "제과 업체와 패키지 협력업체가 3년 전부터 공동 연구개발한 친환경패키지를 의미합니다"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표기만으로는 재료가 친환경인지, 포장이 친환경인지, 제품생산 과정이 친환경인제 도대체 무엇이 친환경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포장 박스 곳곳에 '안전, 닥터, 엄선, 그린, 슈퍼, 건강, 엄마, 웰빙, 장수, 자연, 통밀, 발아, 신개념, 친환경'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그린 마케팅을 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실효성 있는 개선책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멜라닌 파동 이후에 제과업체가 내놓은 친환경 또는 유기농, 건강을 생각하는 안전을 표방하는 과자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이윤을 좇는 기업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업체에 따라서 MSG, 합성착색료, 합성보존료와 같은 위험한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고 환경에 부담을 주는 과대포장을 못 벗어나고 있다.


유명제과 업체 과자가 여전히 친환경 흉내만 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살림을 비롯한 유기농산물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거래하는 생협에서 유통되는 과자와 성분 표시를 비교해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오마이뉴스 / 이윤기 기자

by 케찹만땅 | 2009/03/19 14:00 | 세상만사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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