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행로

'나는 정유년 4월 초하룻날 서울 의금부에서 풀려났다. 내가 받은 문초의 내용은 무의미했다. 위관들의 심문은 결국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헛것을 쫓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언어가 가엾었다. 그들은 헛것을 정밀하게 짜 맞추어 충(忠)과 의(義)의 구조물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바다의 사실에 입각해 있지 않았다. 형틀에 묶여서 나는 허깨비를 마주 대하고 있었다. 내 몸을 으깨는 헛것들의 매는 뼈가 깨어지듯이 아프고 깊었다. 나는 헛것의 무내용함과 눈앞에 절벽을 몰아세우는 매의 고통사이에서 여러 번 실신했다.

나는 출옥 직후 남대문 밖 여염에 머물렀다. 내가 중죄인이었으므로 그들은 직접 나타나지 않았다. 종들은 다만 얼굴을 보이고 돌아갔다. 이 세상에 위로란 본래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장독으로 쑤시는 허리를 시골 아전들의 행랑방 구들에 지져가며 남쪽으로 내려와 한달 만에 순천 권율 도원수부에 당도했다.

내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시작이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중에서>

by 케찹만땅 | 2009/04/28 18:00 | 충무공 이순신 장군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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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징비록과 불멸의 이순신 `백의종군`
징비록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야 흠잡을 데가 없지만서도 너무 날림으로 슉~ 슉~ 지나가는 건 영 탐탁치가 않네요. 백의종군 씬에서 도원수 권율은 두 드라마 모두 같은 인물. 징비록의 이순신은 김석훈, 아래는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 백의종군 이후는 불멸의 이순신 90회부터 아주 자세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어.. 원균의 패전 소식을 들은 찌질 선조. “우이쒸~, 나 또 피난 가야돼??!!!......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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