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에서 다시 본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 - 10점
프랭크 다라본트,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요즘 한번씩 케이블 채널을 볼 때면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들이 방송되곤 하던데 이 작품도 그 중 하나다. 문득 도서관에서 사서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니까 예전 생각이 난다.

97년 가을,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저녁에 비디오 가게에서 평소 그냥 지나치던 이 영화를 우연하게 집어들었고, 그날 밤 11시가 넘어 어떤 영화인지 도입부만 잠시 보고 자려했으나 비디오를 틀고서는 그로부터 2시간이 그냥 지나갔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 무엇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한 순간에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희망이니 보람이나 하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생활. 성품이나 지성이 남다른 주인공은 어울리지 않는 환경 속에서 그렇게 조용히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순탄하겠는가. 한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험한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쳐 나간 세월이 어느새 20년. 이건 어른이 되어 감옥에 들어간 사람으로는 인생의 절반이 지나간 시간이고 이미 건너온 후 돌아보면 짧게 느껴질지 몰라도 실상 그 과정에서는 긴 시간이다. 특히 그가 처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도 모르게 계획한 탈옥. 거기에는 관객들도 포함된다. 봉식이처럼 알려지지 않고 20년이란 시간 속에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준비한 그의 탈출에 대해 영화는 그 어떤 예견이나 과정의 언급이 없다. 예리한 사람이라면 그 암시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탈옥한 후까지 그의 동료들은 물론 간수들조차도 전혀 몰랐던 그의 성공에 축하의 의미 가득한 박수를 보내기에 전혀 하자가 없다. 그뿐이 아니라 일단 탈옥에 성공하더라도 도주하는 과정에서 다시 붙잡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후처리(?)까지 너무 완벽한 결과에 20년 세월 동안 그가 들인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았다.

한번씩 아무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기억과 감회가 크게 다가오곤 한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대선배격인 이 영화. 조용한 감상 뒤에 밀려오는 큰 감동이다.

by 케찹만땅 | 2009/05/18 14:10 | 영화와 드라마의 감동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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