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현상, 다시 부는 `바보 신드롬`

서민적 동질감·현정부 실망감에 '노무현 평가' 극적 반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노무현까지… 다시부는 ‘바보신드롬’

"눈앞의 이해관계로 판단하니까 이기적인 행동만 나오고…, 어쨌든 그냥 바보하는 그게요, 그냥 좋아요."

지난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전국 각지 분향소에는 '바보'를 그리워 하는 '바보'들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30도를 웃도는 뙤약볕 속에서도 2~3㎞를 걷고 기다리는 추모객이 연일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져도 추모객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에는 미로를 헤치듯 지하도로를 오가며 추모객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5월 29일 평일에 열린 노제에 모인 수만도 50만 명. 장례 기간 동안 전국 400만 명이 넘는 추모객이 직접 분향소를 찾았다. 결석한 학생, 휴가를 낸 직장인, 아예 분향소에 일주일 간 눌러앉은 자원봉사자…, 상식적으론 설명하기 힘든 '바보 추모객'의 물결이 서거 이후 전국에 '바보 신드롬'을 몰고 왔다.

장례가 끝난 이후에도 분향소를 떠나지 않는 '바보 신드롬'은 그만큼 이 사회가 '바보'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거의 매일 퇴근 후 분향소를 찾았다는 이상혁(30ㆍ회사원) 씨는 "비주류 정치인이었지만 시류에 따르지 않고 소신을 끝까지 지킨 노 전 대통령의 모습에 감동했다"며 "그의 바보 같은 정치적 신념을 어느 정치인에게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광수(52) 씨는 "손녀를 앞에 두고 장난치던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가장 뭉클했다"며 "말투부터 행동까지 가장 서민과 가까웠던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리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봉하마을에서 장례 내내 자원봉사를 했던 김영수(여ㆍ52) 씨는 "정치 뿐 아니라 현 사회 전반이 눈 앞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돈, 경제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바보 같은 모습이 더욱 그리운 이유"이라고 말했다. 지역주의 타파, 정치개혁 시도 등을 부르짖으며 이익과 권위를 과감히 버렸던 노 전 대통령의 삶. '바보신드롬'의 근원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 일정은 끝났지만 '바보신드롬'의 파장은 이제 시작이다. 또 다른 바보,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에도 전국에 '바보 신드롬'이 불었지만 노 전 대통령의 그것과는 온도차가 다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신드롬'은 이 사회에 나눔과 봉사 열풍을 가져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바보 신드롬'은 애끓은 추모와 함께 분노를 잉태했다. 신드롬이 이 사회에 어떤 식으로 안착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기반이 될 수도,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것. 6ㆍ10항쟁, 노동계의 하투(夏鬪) 등 각종 행사가 밀집한 6월, 양날의 검과 같은 '바보 신드롬'의 시험무대는 이제 시작됐다.

헤럴드 경제 / 김상수 기자
통계자료 - 인터넷 한국일보

by 케찹만땅 | 2009/06/01 14:19 | 세상만사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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