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

예전에 비디오 가게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나에게 작품을 추천해 준 적이 두어번 있었다. 주인 아저씨 말고. 한 번은 어떤 처자가 '이거 보셨어요?'라고 하길래 봤더니 이미 봤던 작품이라 '네, 봤어요'라고 짧게 대답한 적이 있었는데 그 처자 나한테 관심있었나? 접근해 볼라꼬 했더니 옆에 동생인지 남친인지 남자가 있길래 그냥 그걸로...

또 한번은 어떤 아자씨가 '이거 봤소?' 하며 권해준 영화가 이 영화였다. 괜찮은 작품이라는 말에 약간 망설이다 선택했는데, 스나이퍼에 관한 영화라고 일찌감치 말했더라면  맘을 정하는데 시간이 덜 걸렸을 것이다.

저격수도 원래는 그 중요성 측면의 인지도가 낮았다. 수뇌부들에게는 다른 병사들보다 사격을 잘하는 병사쯤으로 여겨지다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부터 조금씩 저격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실전에 투입되었으나 처음에는 그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

저격수 역시 부대나 분대의 일원으로 소속되어 모든 작전을 중간 지휘관들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다 보니 이런 저런 제약이 있어서 그 독특한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선 지휘관들로부터 저격수의 작전 자율권 부여에 관한 요구가 커져가며 저격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저격수들의 능력이 효율적으로 적용된 것은 `베트남`전이었고, 이후 저격수는 군과 작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 저격수를 전장의 꽃이라고 표현한다면 너무 간지러운가. 하지만, 실제로는 무서운 존재들이며, 저격수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는 끈기의 인내와 원샷 원킬의 야수적인 사냥본능... 저격수에 대해 만끽할 수 있는 게임으로는 `고스트 리콘(오리지날, 데저트 시즈, 아일랜드 썬더)`이 있다. 재미도 재미지만 그 긴장감과 분위기.

하루의 전투가 끝나고 나면 또 다시 내일이 없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속에서 전쟁과 함께 사랑을 키워가는 주인공의 사격 솜씨는 정말 일품이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군에서 대항할 저격수로 파견된 장교 역시 노련한 백전노장이라 이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고도의 심리전과 기만술에 비하면 서로 대치하여 총쏘는 게 차라리 더 마음 편할 것으로 보인다.

스나이퍼의 전투는 과격하지 않고 오히려 조용하다. 그러나, 그 이면의 소리 없는 압박과 기다림의 지루함. 긴장이 지속되는 분위기 속에서 집중을 잃지 않고 단 한 순간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기회는 많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스나이퍼끼리의 대결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전쟁은 전쟁이고 사랑은 사랑인가. 전쟁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어찌보면 더 애틋할 수도 있겠지. 기약할 수 없는 내일과 장담할 수 없는 대결.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팽팽한 대결에서 이들의 운명은 교묘하게 엮어져 가고, 또한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감독은 관객의 심정을 알고 있었다.

by 케찹만땅 | 2009/06/25 08:48 | 영화와 드라마의 감동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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