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전성시대

20년 전의 대격돌, 성룡 vs 주윤발

이젠 중화권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된 성룡과 주윤발. 하지만 20년 전에 그들은 아직은 ‘아시아의 용’이었다. 1988년 7월 한국 극장가에서 <폴리스 스토리>(85)와 <영웅본색 2>(87)로 맞붙은 그들. 요즘은 한국영화 대작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여름 시즌을 장악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홍콩 영화가 ‘대세’였다. 20년 전 우리 곁을 찾았던 두 쾌남의 매력 비교. 특히 20년 전 그들의 ‘딜레마’와 현재의 그들이 이룬 성취를 비교해보면 꽤 흥미롭다. 일단 성룡부터 시작한다(<영웅본색 II>는 올해 연말 한국 재개봉 예정).

* 편집 포맷은 <스크린> 1988년 9월호 기사의 형태를 최대한 살렸습니다.

* 기사제공_SCREENM&B / text_<스크린> 편집부
* 구성_네이버 영화

“위험 불사 액션맨” 성룡
 
매력 하나! 절대로 몸을 사리지 않는다
성룡이 <폴리스 스토리>를 찍다가 죽을 뻔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 영화 맨 마지막 부분에, 촬영 중 위험했던 액션 장면들의 ‘NG 모음’에서도 이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10미터 정도 되는 빌딩에서 뛰어내린 성룡이 그만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스태프들이 모두 달려가 병원으로 후송하는 대소동이 벌어졌던 현장. 그도 그럴 것이, 최고의 스타인 데다 제작자이며 감독이고 액션 지도까지 겸하는 막중한 몸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팬들도 가슴은 철렁했겠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성룡은 잠시 후 정신을 차려 다시 액션에 돌입한다.


매력 둘! 통쾌한 카 액션
영화가 시작되고 약 5분쯤 흘렀을까. 드디어 성룡 영화 특유의 액션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산등성이에 있는 작은 마을을 몇 대의 승용차가 쑥밭을 만들어 놓은 것! 악당의 탈출을 추적하는 성룡의 자동차도 역시 길을 달릴 수밖에 없었고, 경사각 30도를 넘는 산등성이의 카 액션에서 성룡은 또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다.


매력 셋! 우산 하나로 달리는 차에 매달리다
그는 달리는 버스에 올라타는 도구로, 평범한 우산을 이용했다. 우산 손잡이를 2층 창문에 걸고 우산 끝에 매달려 버스에 오르는 성룡. 그러나 1층에 타고 있던 악당이 거의 곡예 수준의 액션을 펼치는 성룡을 가만 놔둘 리 만무. 어떻게 해서든 성룡을 밀쳐내려고 갖은 시도를 하지만, 성룡은 정말 끈질기다.


매력 넷! 2층 버스를 세우다
제아무리 성룡이지만 비탈길을 내달리는 버스를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겁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룡은 브레이크와 자동차 스피트의 상관관계를 계산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버스 세우기’ 장면을 완성시켰다.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5층 높이의 백화점 샹들리에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신도 백미인데, 그 장면 바로 전까지 여기저기 부딪히고 긁혀 그의 얼굴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 성룡의 핀업 포인트
언제 봐도 소년 같은 뒤엔 무서운 프로 근성이 숨어 있다. 성룡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의 장난스러운 얼굴. 주먹코에 약간 처진 눈은 도저히 악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하는 데다, 코믹 연기 또한 그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영화를 보며 시종일관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액션만 계속된다면 관객에겐 조금 벅찰 터인데, 액션의 팽팽한 긴장 다음에 그는 항상 코믹한 장면을 보여주며 긴장과 이완의 박자를 맞춘다.

<폴리스 스토리>에 그런 장면은 수없이 많다. 신변 보호를 맡은 성룡이 살리나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동료와 벌이는 가짜 강도 소동, 살인 누명을 덮어 쓴 절대절명의 사건, 삼각관계의 오해로 일어난 달콤한 질투, 코믹 쿵푸를 연상시키는 전화 장면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성룡의 딜레마
특유의 액션과 코믹 쿵푸로, 그 누구보다도 독창적인 오락 요소를 만들어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성룡이지만, 그에게는 왠지 커다란 갈등이나 고뇌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인생의 깊이가 묻어나는 표정을 짓는 것이 그에게 어울릴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의 모습은 고정되어 있는 셈. 성룡은 허무주의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얼굴이, 어른들의 극심한 경쟁 사회보다는 아이들의 천진한 세계가 더 울린다. 영원한 피터 팬인 성룡. 그의 매력이자 또한 딜레마인 이 모습이 연륜과 함께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인기 절정 건파이터” 주윤발
 
매력 하나! 백인 갱단을 주무르다
미국에서 조그마한 중국 음식점을 차리고 있는 주윤발은 그 지역 화교 청년들 사이에선 ‘대장님’으로 불리는 성실한 생활인. 그러나 이런 고요한 생활을 깨고 백인 갱스터들이 나타난다. 터무니없는 시비를 거는 그들에게 시종일관 웃으며 대하는 주윤발. 그러나 그들이 음식을 내던지자 주윤발은 ‘밥’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그 백인의 머리에 총을 들이댄다. 때마침 나타난 흑인 경관이 주윤발에게 총을 치울 것을 명령하나, 그는 여기에 응하지 않고 백인 갱에게 밥을 다 먹도록 요구한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열악하게 살아가는 유색 인종의 권리 회복이라는 느낌까지 주는 통쾌한 장면이다.


매력 둘! 1편에 이어 새로운 묘기
<영웅본색> 1편에서 주윤발을 따라다니는 소품이 바로 성냥개비였다. 이빨 사이에 꽉 끼워 물고 장난치는 듯 혹은 권태로운 듯 이리저리 돌리는 신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엔 라이터의 불꽃을 들이마시는 묘기(?)를 보여준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그의 동그란 안경이다. 마치 중국인 침술사가 쓸 법한 안경인데 주윤발에게 묘하게 어울린다.


매력 셋! 주윤발 하면 역시 버버리 코트
쌍둥이 형이 죽을 때 입고 있던, 총탄 구멍이 무수한 기다란 외투를 다시 물려받은 주윤발. 총격이 치열할 때 그 구멍마다에 수류탄을 꽂아두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하는데, 블랙 싱글 수트 위에 걸쳐 입은 낡은 코트와 짧은 머리 그리고 총과 수류탄이 마치 미국 고전 갱스터 무비처럼 무척 패셔너블하게 느껴진다.


매력 넷! 의리로 죽고 산다
냉정히 따져보면 그들도 법을 어기는 집단이다. 그런데도 왜 관객들은 그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은 주윤발-장국영-적룡-석천 사이에 끈끈히 흐르는 인간애, 즉 ‘의리’ 때문이다. 거대한 조직과 맞닥뜨린 그들. <영웅본색 II>는 주윤발 외에 ‘친구들’도 함께 돋보이며 멋진 영화다.


매력 다섯! 금세기 최고의 건파이터
<오케이 목장의 결투>도 아니고 마카로니 웨스턴의 아류도 아니다. 이소룡으로 대표되는 정통 쿵푸 액션은 더욱 아니다. 어쩌면 람보와 터미네이터, 여기에 마카로니 웨스턴 스타일과 동양적 정서가 가미된, 아주 종합적 행태의 건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이용되는 총기도 마찬가지. 8연발 소총에서부터 박격포를 무색케 하는 겁나는 자동 장총까지, 그들은 자유자재로 다룬다.
 

* 주윤발의 핀업 포인트
특기할 만한 사실은, 주윤발의 액션에는 표정이 없다는 것. 수많은 사람에게 총을 쏴대지만 그에겐 조금의 자책감이나 두려움도 없다. 바지춤에 꽂아놓은 다섯 자루의 소총. 그것을 마구 휘두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장난스럽고 선한 얼굴이 잊히지 않는 주윤발.
 
이것은 의리로 똘똘 뭉쳐 생명의 위험까지도 불사하는 ‘강호의 맹세’ 때문이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위조지폐 집단의 악당과 주윤발은 1대1로 마주선다. 주윤발이 총을 놓치자 악당은 자신의 총 중 하나를 던져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는 두 사람. 마카로니 웨스턴의 결투 장면이 떠오른다.



* 주윤발의 딜레마
멜로에서 코미디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주윤발. 하지만 어쩐지 사극은 안 어울린다. 중국식 변발을 하고 출연한 주윤발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혹시 그가 성룡의 특기인 코믹 쿵푸마저 한다면? 조금은 웃음이 배어나오는 상황이다. 지금 홍콩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스타지만, 밀려오는 작품 의뢰에 시시때때로 변할 ‘이미지 메이킹’의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 그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by 케찹만땅 | 2009/07/29 06:21 | 영화와 드라마의 감동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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