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오랜 역사를 통해 이어진 전쟁과 약탈, 능욕의 집단적 범죄에서 산업혁명기를 거치며 싹튼 개인주의에 따라 이 범죄의 양상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는데 개인과 사회의 단절, 이로 인한 인간의 소외가 우리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유전자의 어두운 면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범죄가 개인화되면서 존속을 해치는 일과 사법부를 긴장시키는 연쇄살인이 등장하여 사회는 충격을 경험하게 되고, 모든 것이 진화하듯 범죄 역시 더욱 은밀화, 지능화되어 왔다. 급기야 오늘날에는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중에 인명을 잔혹하게 해치는 연쇄살인범을 `싸이코패쓰`라고 지칭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이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의견은 여러가지다.

범죄 통계를 보면 범죄 발생 빈도가 최근 10년 사이에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건 각국에서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10년이라는 세월은 비교적 짧은 기간이므로 그 이전부터 어떤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도 타당한 주장이다. 유전적인 요인에 환경적인 측면이 더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 여기서 말하는 환경적인 요인이란 가정 형편이 안 좋았다거나 어린 시절이 불우했다는 것보다 물리적, 화학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각종 오, 폐수를 비롯해서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유해물질들과 식품첨가물을 비롯한 환경호르몬이 너무나 많이 그리고 흔하게 쓰여온 사실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이런 잠재적인 요인은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와 파급효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작금의 적지 않은 아이들이 원인모를 질병에 시달리고, 어린 학생들은 어른들마저 경악할 만큼 서슴없이 잔인한 폭행을 자행하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며, 비정상적으로 조숙한 육체적 징후를 나타내는 등 먹는 것이 몸과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도 계속 발표되면서 이것이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있다는 게 학계 뿐만 아니라 여러경로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거기다 작품에서는 한 가지를 더 결부시키는데 소설 속 심리학자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무한 번식으로 종을 보전하는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육아에 정성을 쏟는 인간의 양육 형태가 바뀌는데 한 몫을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동의를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런 제도들 중에서 `보험`이라는 소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포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보험은 인간이 만들어낸 훌륭한 제도이지만 그 악용되는 사례 또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오로지 돈만 생각하는 싸이코패쓰에게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가족일지라도 단지 수단으로 쓰이는 소모품으로 전락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꼼꼼함에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 신지도 어느새 덫에 걸려든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서술과 빠른 진행으로 맘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다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싸이코패쓰가 만든 작품이 나오는 부분은 무서울 수도 있으니 으~~악~... 상상했어. 싸이코패쓰가 누군지 알게 되는 순간 2배의 공포 쓰나미가 몰려온다.

 

by 케찹만땅 | 2012/01/25 13:56 | 나의 서재와 책 한권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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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케찹만땅 at 2015/08/25 18:00

제목 : 크림슨의 미궁 - 끝까지 유지하는 재미와 긴장감의 연속
검은 집, 천사의 속삭임과 함께 읽었던 기시 유스케의 작품 3권 중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이 3권 뿐만 아니라 근래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제일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게 이런 것일까. 끝까지 읽는 동안 지루함이 느껴졌던 부분은 없었으며 마지막까지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유지한 작품이었다. 책의 두께는 비교적 얇은 편이지만 내용과 재미는 두께와는 정반대이다. 작품의 설정은 28일 후의 그것과 유사하게 눈을 뜨고 정신......more

Commented by 코론 at 2012/01/25 14:27
후반부가 공포 쩌는 소설. ...인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는 죶망 ㅠ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01/25 14:48
네 ^^ 상황묘사와 같이 돌아가는 심리묘사에 몰입되는 공포감이 쩝니다.
Commented by 레비 at 2012/01/25 18:58
저도 몇년전에 읽고 꽤 인상깊었습니다.
기시 유스케라는 작가의 소설을 몇개 더 찾아 읽어보았던 계기가 되어주기도했고요 :)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01/25 19:13
작가의 작품이 검은 집 말고도 더 있나 보군요. ^^
Commented by 소닉 at 2012/01/25 22:29
유리 망치로 알게 된 작가.ㅋ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01/27 11:05
찾아보니까 추리소설이데요. 작가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평들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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