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만화 삼국지(三國志)

그 언젠가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 앞에서 10권짜리 두꺼운 전집으로 된 나관중의 삼국지 소설책을 읽었는데 그때는 신문을 비롯해서 세로 읽기로 된 책들도 많았었다. 그 전집에는 삼국지 본편과 함께 제갈공명 이후 다시 중원의 멍석말이 한 판이 펼쳐지는 후삼국지 이야기까지 완전하게 들어있어 땀 뻘뻘 흘리면서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세밀한 이야기의 내용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지고 줄거리의 뼈대만이 남아 가끔 출시되는 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그때 읽었던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 떠올리기도 한다. 더불어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과 읽었던 소설 속에서 느낀 인물들의 싱크로율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예전부터 고우영 화백의 작품 만화 삼국지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줄곧 가지고 있었는데 그간 잊어먹고 있다가 도서관을 가서 읽을 책을 찾던중 우연히 눈에 들어와서 집어오게 되었다. 신선으로부터 받은 책을 통해 요술을 익힌 장각이 도탄에 빠진 민중을 도우려다 초심을 잃고 황건적을 키우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삼국지의 전체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작품도 10권짜리다.

이 작품의 내용은 원전과 그대로이되 그 안에 들어있는 고우영 선생만의 익살코드 그리고, 인물과 관련한 해석을 보며 소설과 비교하는 것도 포인트.

원전에 나온 인물들의 표현 중 유비와 관련된 대목을 보면 각 부분을 따로 묘사해 놓았는데 이걸 합쳐서 그려보면 대충 이런 모양이 된다. 씨~, 이게 외계인이지 인간이야? 공자도 이런 식으로 생김새를 묘사해 놓은 걸 직접 읽은 적이 있었는데 하여간 옛날 사람들과 짱개들은 뻥이 심해. 옆모습을 본다면 더 가관임. 등이 마치 거북이처럼 둥글게 굽었다고 되어있거든.

삼국지를 1, 3, 5, 7, 9로 알고 있거나 풍문으로 들은 것을 패치로 엮은 사람들이 가장 빠르게 삼국지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만화를 읽는 게 아닐까 싶다. 더구나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가위질 당해서 삭제된 내용까지 완전하게 복원된 무삭제 완전판이라고 하니 이전에 편집본을 읽었다면 다시 한 번 읽기에도 좋을것 같다. 오늘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 얼음넣어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과 함께.

by 케찹만땅 | 2012/08/18 17:16 | 나의 서재와 책 한권 | 트랙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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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케찹만땅 at 2014/08/1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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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케찹만땅 at 2014/08/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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