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수학을 그 무엇보다 좋아했던 천재적인 수학자가 치밀한 두뇌를 활용하여 곤경에 처한 옆집 모녀를 도와주고자 애쓰는 노력에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좀처럼 풀어나가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초반에 불행한 가정사의 종말이 살인이라는 뜻하지 않은 우발적 사건으로 시작하여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법당국과 벌이는 두뇌싸움으로 과연 범죄의 은폐가 가능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백야행`, `유성의 인연` 등을 써낸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로 10월께 `용의자 X`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홍보를 통해 등장인물들을 보니까 수학선생, 형사, 옆집 모녀는 나오는데 원작 소설에서 사건 해결의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놀랍도록 잘 만들어진 알리바이를 파악해 나가며 진실을 파헤치는데 도움을 주는 또 한 명의 천재인 물리학자는 안 보이는 것 같다. 원작에서는 이 두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두뇌대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영화에서는 형사가 대신하게 되는건가.

항상 마지막에 큰 반전 한 수를 감추어두는 작가인 만큼 경찰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며 모두를 속일 수 있었던 완전범죄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졌을까. 매일 들르는 도시락 가게와 짧게 마주치는 일상속에 그저 스치듯 주고 받는 인사가 전부였던 소심함으로 그 이상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던 주인공.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그 뛰어난 머리를 쓰지 못하는 주인공이 사건의 모든 정황과 증거를 자기 쪽으로 돌려 기꺼이 누명을 쓰기 위해 헌신하는데에는 주저없이 용감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알리바이가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단서를 잡혔으니 그것은 그의 사랑.. 이었일까. 이런 일, 이런 사랑도 있겠지만 작품의 설정 자체에는 그다지 큰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by 케찹만땅 | 2012/10/01 13:04 | 나의 서재와 책 한권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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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회색인간 at 2012/10/01 23:47
천재물리학자인 갈릴레오 선생이 나올 순 없는게 국내 관객이 갈릴레오 선생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겁니다. 게다가 갈릴레오 선생이 시리즈 주인공이긴 하지만 용의자 엑스의 헌신에선 주인공의 적대자에 불과하거든요.....시리즈를 보지 않는 사람은 천재 과학도가 두명이나 나오는 정당성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기왕 리메되서 영화화 된 김에 완전범죄좀 했으면 ㅠㅠ 마지막 장면이 얼마나 애잔하던지......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10/02 00:03
완전범죄 성공이라.. 그것도 괜찮아 보이기는 한데 그러면 갱찰은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지라...
주인공은 수학샘인데 어디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그 물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더군요.
Commented by 회색인간 at 2012/10/02 00:08
물리학자가 주인공 맞아요.....용의자 X의 헌신은 갈릴레오 시리즈의 장편 작품이거든요.....그런데 이미 시리즈로 3권의 책으로 갈릴레오 선생이 설명되어서 소설은 상관이 없는데 영화화 할때는 갈릴레오 선생 설명 어쩔......일본 영화화는 티비 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었으니 상관 없는데 그것도 아닌 한국은 갈릴레오 선생이 나오기 진짜 애매해요.....당연히 극본부분에서 지워야죠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10/02 11:41
장편으로 전체를 크게 보면 그 천재 물리학자가 주인공이 맞군요.
왠지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이 사람 등장하는 부분이 좀 뜬금없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Commented by Sakiel at 2012/10/02 00:31
일본판 영화는 참 애매하다...뭐 그런 생각을 했던 영화였죠. 국내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본판은 마지막에 기막힌 반전이라기보단 뜬금없단 느낌도 강했고요.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10/02 11:40
일본판 영화는 어땠길래.. 갑자기 급 궁금해집니다.
Commented by 우림관 at 2012/10/02 10:49
마지막에 찍어 올리신 원작소설의 띠지에 보이는 안경낀 인물이 주인공인 물리학자입니다.
일본에서도 영화가 나올수 있었던 이유가 저 물리학자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크게 히트를 쳐서 그 여세을 모아 영화도 하나 찍자고 해서 나온거라...

뭐 우리나라에선 저 물리학자가 인지도도 인기도 없는 상황이니
굳이 출연시키지 않고 범인이자 주인공인 수학자에게 촛점을 맞춘 인간드라마로 해도 될듯합니다.
대결 구도로 가면 또 분위기도 가벼워질듯 싶고 거기다 물리학자 캐릭터 설명 할려면 시간만 늘고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10/02 21:58
책에 나온 저 사람 처음 봤을때 '배용준 아녀?'라고 잠깐 생각했었죠. ^^
안경을 쓴데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려서 보이는 부분이 좀 닮은것도 같고.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물리학자를 뺐으니 배우 섭외나 출연료 절약했음.
Commented by 용왕님 at 2012/10/02 10:41
전 일본판봤어요 우리 갈릴레오 선생님 ㅎㅇㅎㅇ
우리나라는 물리학자가아닌 형사인가보군요..
나온단 얘기는 꽤오래전에 들었지만 진짜 나오네요 재밌을까나...
Commented by 케찹만땅 at 2012/10/02 22:01
한 수 반전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잘 살리면 재미가 있을텐데요.
그나저나 그 물리학자 인기가 꽤 있는가 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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