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 거대한 지배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온 세기의 양심 노암 촘스키. 그가 두 시간의 대화를 통해 미국의 세계지배 음모, 지배권력의 속성, 지식인과 여론조작,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매커니즘 등을 이 책에서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

`세상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통찰 - 촘스키와의 대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과거 포리송 사건에 대한 그의 회고를 시작으로 두 시간 동안의 인터뷰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기록한 내용을 다듬어 출간되었다. 진실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위해 불편한 진실을 거침없이 그리고 꾸밈없이 세상에 고발하면서도 자신을 향한 어떤 비난과 질시에 개의치 않는데 그 비난이라는 것들은 대개 촘스키로 인해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사람들의 불평들이다.

이전에 읽었던 촘스키의 책 `정복은 계속된다`와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 2, 3 씨리즈에 비해 분량이 적으면서도 초지일관 주장하는 내용이 잘 함축되어 있어 두껍고 많은 내용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요약해서 읽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추천한다. 여기서 그는 크게 자본주의와 그걸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다국적 기업들, 그들과 결탁하여 민주주의를 단지 피상적이고 표면적으로 내세울뿐인 정치권, 여기에 동참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프로파간다의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한 방송언론, 그리고 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이 은밀한 공작과 막강한 군사력을 무기삼아 다른 나라들에 저질러온 국가적 범죄를 다루고 있다.

소수 기득권 집단은 그동안 꾸준하게 그들의 특권과 권한을 강화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왔고, 다국적 기업은 이제 엄청나게 커진 힘을 과시하면서 경제, 사회, 정치 등을 좌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레이건 정부 이후 지난 20여년 동안 국가정책은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하면서까지 다국적 기업의 권한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는데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미명 아래 시민의 권한을 개인기업에 거의 양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실에서 다국적 기업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만, 국민 앞에 사회적인 책임을 지려고 하지는 않는게 그들의 모습이다.

권력의 중심은 부자 나라들에 있다. 지금은 G8로 일컬어지는 강대국들과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 금융기관, 그리고 국제기관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거대한 네트워크를 맺고 있고, 실제로 요즘들어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과점형태로 이루어지는 양상을 띄고 있다. 거대기업의 입장에서는 과점상태가 독점상태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회사가 유무형의 상품이나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면 여론의 압력을 이겨내기가 힘들어지지만 과점 체제인 경우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이유로 갖가지 핑계를 댈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때로는 자기네들끼리 담합도 빈번하다. 그러니까 강력하고 전체적인 힘을 지닌 소수 집단이 정부와 강대국들을 등에 업고, 국가의 정책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까지 서슴없이 행사하려고 하면서 일부분의 경제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은행 IBRD, 국제통화기금 IMF, 세계무역기구 WTO와 같은 국제기관들이 세계경제를 좌우해 오면서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를 촘스키는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전쟁무기와 다름없다고까지 말하는데 그들의 목표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므로 오늘날의 현실을 직시해볼때 우리는 그의 말을 예사로 흘려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1970년에는 국가 간에 거래된 자본의 90%가 실물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고, 약 10% 정도만 투기적 성격을 띠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져서 국가 간에 거래되는 자본의 95% 이상이 투기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은 실물 경제에 관련된 자본 거래가 극히 미미해졌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런 투기 자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폭발력 갖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결국 국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다. 실제로 세계 전역에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국가의 역할이 쇠퇴하고 실질임금은 답보 상태에 있거나 줄어들었으며 노동시간은 늘어났지만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어가는 것은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신자유주의라는 형식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 시작된 것이 이때쯤 부터였다. 대기업에 힘을 더욱 실어 주었고, 복지국가의 기본 틀이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대대적인 선전공세가 있었다.

일부 분야에서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혜택이 대다수의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부자나라의 국민들에게도 해당되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금융자본은 문자 그대로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이고 있고, 투기자본의 총액은 거의 천문학적 수준이다. 대략 20억 달러(지금은 더 많겠지만)가 매일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는데 예전에 비해서도 수백 배가 넘는 금액인데다가 단기성 투자도 만만치 않다. 이것은 경제에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지만 금융자본의 입장에서는 훨씬 수익률이 높고 남는 장사가 된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순수한 시장경제의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말하는 그는 비용과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거대한 공공분야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띈 거대한 민간분야가 양분하고 있는 것이 경제 현실인 이런 세상은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유난히 폭력으로 유린된 노동운동을 경험한 나라다. 그 때문에 수백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었다. 다른 산업국가에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많은 희생자를 낸 셈이었다. 폭력적 수단으로 노동자를 억압할 수 없게 되자 기업주들은 선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파업을 분쇄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 즉 노동자의 정신을 통제하는 수단을 동원하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유명한 모호크 밸리 법칙(Mohawk Valley Formula)의 개발과 시행이었고, 그 법칙에 따르면, 전투적인 노동운동가는 '외부의 선동가' 즉 십중팔구 '공산주의자'가 된다. 이런 메시지를 노동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모든 통로가 동원되었다. 언론, 성직자, 영화, 라디오가 활용되었고 나중에는 텔리비전, 노동현장의 주변 사람들, 스포츠, 학부모 모임과 교사 협의회까지 이용했다.

마지막에 그는 무엇보다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미디어, 학교, 지배계급의 문화에 반대하며 민중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의 압력이 더해질 때는 어떤 일이라도 가능할 수 있고, 민중이 조직화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촘스키는 1966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지식인의 책무'에서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통찰력 있는 지식인이라면 (대중을 그저 구경꾼으로 만드는) 이런 흐름을 꿰뚫어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식인은 입을 다문채 대중을 종속시키려는 이런 음모에 가담합니다. 그들의 밥줄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비판은 특히 미국의 외교정책-언론-지식인의 유착에 주목하여 그 본질을 폭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야만성과 실상을 깊숙이 파헤쳐 왔다. 이 책은 두 명의 기자들이 촘스키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이런 무겁고 본질적인 주제들에 관한 촘스키의 통찰과 주장들을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단 두 시간 동안의 대화에 진실의 메신저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촘스키의 40년 작업이 집약되어 있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국내도서
저자 : 드니 로베르(Denis Robert) / 강주헌역
출판 : 시대의창 200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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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지난 여름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라는 영화의 제목이 생각나는 촘스키의 말. "나는 지난 세월 미국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알고 있다." 지적인 자기 방어와 비판, 그리고 왜곡된 선전에 세뇌당하지 않을 최상의 방책을 우리는 촘스키의 말에서 얻을 수 있다.

by 케찹만땅 | 2013/03/25 18:55 | 나의 서재와 책 한권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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