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껍질 속의 우주 (The Universe in a Nutshell)

최초의 빅뱅(Big Bang)이 있고나서 지금도 시시각각 엄청난 속도로 모든 것으로부터 서로가 멀어지는 우리 우주가 완벽하게 대칭적이어서 어느 곳에서나 완전하게 균일한 상태였다면 우리가 속한 이 우주는 광활함만을 가진채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볼 게 없었을지 모른다. 초기 우주의 서로 다른 영역들 사이에서 나타난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해 밀도가 더 높은 영역에서 추가적인 중력에 의해 팽창이 멈추고, 자체 중력으로 다시 붕괴해서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하와 항성들이 생겨났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이 흐른 이후 이렇게 생긴 우주를 볼 수 있는 지적 생명체도 나타났고, 이것을 `인류 원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평활하지 않은 우리 우주는 무한히 매끄러운 표면을 가졌다기 보다 국부적으로표면이 찌그러져 주름이 잡힌 모양으로 그렇게 형성되어진 우리 우주를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호두껍질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앞서 집필했던 `시간의 역사`에 비해 각각의 부분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나뉘어져 있으므로 큰 줄기에 해당하는 1, 2장을 읽고나면 그 이후에는 순서에 관계없이 읽어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전작 이후 새롭게 발견된 내용과 그것으로부터 진행된 연구 및 생각들이 서술되어져 있다. 게다가 마찬가지로 형형색색의 삽화와 도화들이 설명의 이해를 돕고 있다.

어느 때인가, 물리학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신장되는 듯하던 30여년 전에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thing)`이 손에 잡힐듯 했던 분위기가 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양파도 아니고, 그 한계를 조금씩 확장할수록 더 큰 영역으로 진입했을 뿐이라는 약간의 절망섞인 교훈과 함께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결론이 나왔고, 분명 진전을 했지만 그만큼 복잡성이 더 증대되는 양상에 만세 부른 물리학자들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혼란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발전의 길이 열린다고 믿는 쪽을 택한 물리학자들이 훨씬 더 많았으리라. 지적 호기심과 뱀파이어를 능가하는 탐구에 대한 갈망으로..

책에서 큰 줄기에 해당하는 1장은 아인슈타인 박사와 그의 업적인 상대성 이론 및 관련 연구들의 진행과정을 요약한 내용이 들어있고, 2장은 곰곰히 파고들수록 오묘한 `시간`을 대상으로 이 책 전체를 통해 논할 핵심 주제를 전반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간의 역사에서 제시되었던 `허시간` 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 깊게 논하고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여기고 있는 실시간과 이 허시간... 과연, 어느 것이 본질적인 실체일까.

이와 같은 `허시간`을 파고들다 보면, 시공과 온도의 의미가 연관되는데 이것은 양자중력과 열역학 사이에 깊은 연결이 존재하고, 또한 이 양자중력이론이 홀로그래피(Holography)를 나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특이한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 우주가 홀로그래피적인 아주 희안한 세계라는 것이다. 시공의 한 영역의 양자상태에 대한 정보는 그 영역의 경계, 즉 2차원보다 작은 영역에 부호화되어 있을지 모르고, 이것은 홀로그램이 2차원 표면에 3차원 영상을 전달하는 방식과 흡사하다.


이렇게 확장된 내용이 초끈이론, 또 M-이론과에 연계하여 내려진 결론에는 어쩌면 우리가 3-브레인, 즉 나머지 차원들이 아주 작게 말려있는 5차원 영역의 경계인 4차원(3차원 공간에 + 시간이라는 1차원, 즉 현실 세계) 표면 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 세계의 상태는 5차원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이 실재이고 어떤 것이 허상인지를 알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의 3차원에 시간이라는 1차원을 더해서 시공간(time-space)이라고 불리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이 이론은 우주 속의 물질들과 에너지의 분포가 시공을 휘고 비틀리게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시공이 편평하지 않고 여기에는 중력효과라는 것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공 속에 있는 물체는 직선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해도, 공간 자체가 휘어져 있기 때문에 그 경로를 따라 움직이므로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 이론에서 시공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질량이 큰 천체뿐만 아니라 에너지에 의해서도 휘어진다.

시간과 공간은 우주에서 별개로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해서도 독립적이지가 않다. 이런 의미에서 호킹박사는 우리가 있는 우주가 생겨난 빅뱅으로부터 공간이 생겼고, 더불어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시간이 생기기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그런 시간은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고, 그것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 시간의 끝도 있을까? 아인슈타인을 포함해서 이론물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견해는 시간이 시작과 끝 양쪽 방향에서 무한하다는 것이지만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들 중에는 시간이 시작과 끝을 가지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매우 특수한 해의 경우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러한 무한 밀도의 지점인 특이점(Singularity)은 시간의 시작이나 끝이 될 수 있다. 그러한 특이점으로는 빅뱅과 블랙홀이 있다.

다시 말해 일반상대성이론의 수학적 모형 속에서 시간이 빅뱅이라고 불리는 출발점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마찬가지로 항성이나 은하들이 자체 중력으로 붕괴해서 블랙홀을 생성할 때 시간이 끝나게 된다는 것이 호킹박사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만약 밀도 무한대의 특이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무한한 과거에서 무한한 미래에 걸쳐 영원히 계속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by 케찹만땅 | 2014/02/14 19:02 | 나의 서재와 책 한권 | 트랙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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