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힘내라고 말하기도 미안한 지경.

오래 전에 옆 집에 신혼부부가 이사와서 살다가 불과 3개월 만에 이사를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람들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이사만 간 게 아니라 이혼을 했다고 하더군요. 신부가 해왔던 혼수 일체가 모두 카드 빚으로 충당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살면서 빚으로 빚어진 주위의 안 좋았던 경우들을 여러번 목도하면서 빚이라는 게 얼마나 안좋은 것인지를 알게 되더군요. 남의 돈을 함부로 빌리고 그걸 쓰는 거 무서운 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빚이 없는 사람이 곧 부자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돈`이라는 건 잘 생각해보면 원래 애초에 없는 개념이고, 현대 금융은 그 자체가 사기이며, 양복을 쫙 빼입은 은행가와 금융인들은 겉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의 호주머니와 금고를 노리는 수수료 앵벌이 집단이라고 매도당해 마땅합니다. 화폐 경제 시스템이라는 허울이 오늘날 사람들의 의식과 인식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버렸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 한 두어 달, 경험과 낭만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공장에서 여름 방학동안 일하고 40만원 벌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르바이트가 아닌 등록금과 생계 유지를 위해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뭔가 옳지 않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생업이죠.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아직 나이가 어린 학생 신분이고, 가치관의 확립이 마무리되는 시기이므로 이때에는 책을 많이 읽고, 한 번씩 여행도 다니며 함께 어울려 실컷 놀아도 보고, 이성교제 역시 많이 해봐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게 인생의 기초적인 경험을 쌓는거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공부`입니다. 이전에 별 관심도 없고,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했다면 이 시절이야말로 자기가 관심있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궁금한 것을 파고들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향후 인생의 밑거름이 되니까요. 단지 부모의 돈으로 놀기만 하라고 주어진 시간은 아니라는거죠.

허나, 참 안타까운게 지금 현실은 이제 갓 성인이 된 대학생 친구들이 바로 이 `돈` 때문에 공부할 시간조차 부족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제는 희망이라는 단어나 힘내라는 말도 더 이상 하기 미안해지고 있습니다. 빚을 내지 않으면 공부도, 결혼도, 자녀 양육이나 교육도, 집 구입과 생활도 하기 힘든 사회, 누가 이런 세상을 만들었습니까.

박근혜의 중산층 70% 드립을 믿었다면, 그건 순진하거나 뭘 모르거나입니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구조 속에서는 현 정권같은 구닥다리가 발붙이기 힘듭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1%의 지배층과 그들에 부역하여 필요한 일을 해주는 일부 계층, 그리고 시스템이 돌아가기 위해 군대를 가고, 일을 하고, 세금도 내는 나머지입니다. 불평 불만이 없으면 더욱 편하고 좋습니다. 금상첨화이죠. 그렇게 저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 중 하나가 빚을 지워 살기 힘들게 만드는 겁니다. 먹고 사는데 바빠 다른데 관심을 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by 케찹만땅 | 2015/06/15 13:45 | 세상만사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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