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 23일
<영화 리뷰> `암살`. 현실에서 못한 친일파 처단을 영화에서라도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나온 영화는 날이 밝기 전 새벽으로 갈수록 더 어두워지듯이 해방을 12년 남겨 둔 시점에서 민족 말살 정책과 함께 일제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던 가장 암울한 시기를 배경으로 악질적인 친일파와 청산리 대첩 이후 벌어진 간도참변의 원흉으로 나오는 일본군 사령관을 죽이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잠깐 나오지만 해방 이후 조직되어 반민족행위자들을 잡아들이던 `반민특위`는 무슨 국민화합, 빨갱이 처단 등으로 목소리 높이던 세력들에 의해 와해되었고, 그 뒤에는 미국이 있었으며 그 소리를 지껄인 놈이 바로 이승만이었으니 그 결과 처단되었어야 했던 친일파들이 다시금 요직에 앉아 권력을 잡게 된 것이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어 이들로부터 이승만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친일파들의 가장 어처구니 없는 논리. 가족과 민족을 위해서 친일을 했다 ㅋㅋㅋㅋ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고? 차라리 해방이 될줄 몰라서 그랬다면 그나마 수긍은 갈텐데. 그렇다고 정당성이나 면죄부가 부여되는 건 아니지만. 일본 덕분에 식민지배하에서 발전을 했다니 그럼, 너네들 집을 더 큰 평수로 바꿔주고, 가전제품과 가구들도 전부 최고급 새걸로 사줄테니 그 대신 니들 집과 가족은 내가 접수하고 내 맘대로 하겠다면? 어쨌든 너네 집은 발전했으니까 됐잖아....?

해방 이후 쉬쉬하며 숨죽여 오던 그 친일파의 후예들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던 시기부터, 여기에 개독도 온갖 비리와 부패의 온상인 사학법 개정이 언급되던 2000년대 이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다 2008년 미친소를 왕창 들어오려고 했던 누군가의 시절을 기점으로 뻔뻔한 모습을 드러내며 준동하기 시작했죠. 이 둘은 뭔가 묘한 연결점이 있습니다. 친일파와 개독의 공통점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일단 역사적으로 등장한 시기가 좀 비슷한데 자기네들의 기득권 말고 다른 건 안중에 없는 듯하며, 현재도 지들 세상인 줄 알고, 현실에서 날뜁니다.


별 영양가 없이 길었던 사설은 이쯤하고,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단 암살팀이 꾸려져 치고 빠지기 작전으로 실행 단계까지 들어갔으나 여기에 청부살인을 맡은 진영이 가세하면서 일은 꼬여버리고, 작전은 실패하는데 그렇다고 한 번 뽑은 칼을 도로 칼집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일. 경기는 3라운드짜리 되겠습니다. 1라운드 `주유소 습격사건`, 2라운드 `피의 결혼식`, 3라운드 `친일파 처단`으로. 하지만, 어째 통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네요. 그래도 쪽바리 가슴팍에 총알 박아주는 맛은 괜찮았음.

작품에는 총을 쏘는 액션이 있지만 홍콩 느와르 식의 화려함이 아닌 것과 비장함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걸 부각시키거나 강조하지 않은 점 등은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도하게 포장되지 않은 행간의 메시지가 더 잘 나타나는 점이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하정우, 전지현 커플은 영화 `베를린`에 이어 또다시 케미를 발산하는데 베를린에서의 연약했던 여인 대신 이번에는 배역의 비중이 꽤 높고, 이를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근대사에서 우리가 겪었던 질곡의 역사속 그 기구했던 운명이 한 가족을 통해 상징적으로 축약되고, 그대로 조명되어 자기가 한 일은 결국 자기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고, 일단은 외세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나 결국 남은 건 우리 내부의 문제이며 이건 반드시 우리끼리 해결을 보고 넘어가야 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점입니다.

사람 한 둘 죽인다고 세상이 바뀌지도 않을텐데 왜 쓸데없이 독립운동을 하느냐라는 물음을 듣고 잠시 생각해봤는데,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바보라서 그런지 난 그래도 이해가 되는데... 과연 광복 100년이 되기 전 앞으로 남은 30년 동안 진정한 친일 청산이 이루어질까.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럴려면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겠습니다. 경제와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오로지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니까요.



# by | 2015/07/23 19:28 | 영화와 드라마의 감동 | 트랙백(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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