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4월 05일
별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아이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루, 프란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
석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레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 by | 2017/04/05 21:10 | 사진과 이야기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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