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

중년이 지난 변호사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 후 비공개로 벌이는 수사망에는 이메일과 책, 동영상으로부터 제공되는 내용들이 입수되는데 여기에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문구인 "여기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와 카론, 허생전, 유토피아 등이 등장합니다. 카론은 신곡에 등장하는 죽은 자들을 인도하는 역할, 즉 저승사자를 뜻합니다.

당연히 경찰 수사관들은 '또 어떤 또라이가...'라면서 법과 정의, 그리고 피해자들을 위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수사망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사이 친절한(?) 범인이 보내준 사진의 안내에 따라 부리나케 출동한 곳에서는..

그렇게 사건 하나로만 끝나면 장편 소설 분량이 안나오므로 서장이 반장을 불러다가 수사에 성과가 없다고 한창 쪼우면서 다그치는 와중에 실종 사건이 추가로 접수되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어느새 검찰까지 나서게 되며 사태는 점점 커져갑니다.

현재 한창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 주말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서동재 검사가 떠오르는 싸가지 검사 준혁은 안하무인의 아이콘답게 연배가 한참이나 위인 수사 반장의 조인트를 깔 기회만 노리는데 이번에 배달되는 가이드 정보들은 이집트 신화? 거기보면 죽은 자에 대한 심판이 나옵니다. 야누비스의 이름으로.

아무리 수사를 비공개로 하면서 비밀에 부친다 해도 이거 기자들의 냄새맡는 코와 정보 캐내는 와이루, 그리고 손바닥 비비기는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지방의 이름없는 듣보잡 언론사에서 말이 기자지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꼭 자신은 잘될거라는 환상속에 살고 있는 기자가 처음엔 푼돈 좀 만지려다 어느 순간 감을 잡고 인생역전 한 방을 노리며 특종을 쫓는 행태를 통해 이 나라 언론 바닥이 투영되기도 합니다.

검사를 수사본부의 팀장으로 반장 이하 형사들로 구성된 수사팀에 범죄심리학자인 오교수가 고문으로 오면서 범행의 단서들을 취합하며 사건을 분석하고 범인을 뒤쫓지만 출처와 발신을 알 수 없는 메일과 동영상을 통해 점점 알게되는 하나의 사실,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하나, 그것은!

과거 1980년대 전두환의 군사 반란으로 시작된 독재정권 시절에 자행된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고 희생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이 그때부터 잉태된 씨앗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무 죄없는 무고한 이들에게 있지도 않는 혐의를 씌워서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벌이는 무지막지한 고문은 영화 `변호인`에서도 몇 가지가 나오는데 사람이 사람한테 차마 할 수 없는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 고문 가해자도 자기 가족이나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인자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게 소름끼치는 점입니다.

시국사건이 유난히 많았던 그 시절, 공안 검사와 언론사 주필, 지금의 국정원인 안기부에서 국민들을 탄압하기 위해 벌였던 공안 사범조작 사건 설계. 그로 인해 피해를 입고 억울한 희생자가 되었던 사람들은 그 남겨진 가족들마저 비참한 삶의 수렁으로 빠지지만 정작 국가의 이름으로 크나큰 죄악을 저지른 그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는 현실에서 "복수는 아무리 늦어도 공소시효가 없다"라는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고문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다!

오늘날 법은 개인의 사적인 복수를 금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법이 나서서 억울한 피해자와 범죄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제 3자의 입장에서 대신 복수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법이라는게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게 작금의 현실이자 문제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공정하게 시행하는가, 그들의 입맛에 맞게 때론 권력과 금권의 요구에 휘둘리지는 않았는지 또한 자리와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결정과 판결을 내리고 부조리에 눈을 감으면서 진실을 외면하지는 않았는가를 국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독재 정권하에서 법이라는 게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와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꾸만 생각해보게 됩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거 완전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쏘제`에게 로우 킥을 날리는데..? 이러한 소설은 마지막까지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는 수작입니다. 그리고, 책을 덮음과 동시에 차분하면서도 조용한, 그러나 묵직한 통쾌함이 서서히 밀려옵니다. 또한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고 희생되신 모든 피해자 분들에 대한 깊은 위로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by 케찹만땅 | 2017/07/02 16:33 | 나의 서재와 책 한권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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