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함정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로존 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재난 등이 티핑 포인트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나 유로존 위기 이후 미국이나 서유럽 선진국들에서 사실상 혁신 실종과 성장 둔화, 그리고 초금융완화의 함정 등이 지속하는 `일본화(Japanization 또는 Japanification)`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2000~2007년) 연평균 2.7%에서 이후 (2007~2019년) 1.4%로 하락했다.

유로존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역시 1996~2007년간 연평균 1.07%에서 2008~2016년간 0.35%로 3분의 1수준으로, 심지어 유로존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인 2013~2016년간도 0.54%로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 결과 미국은 연평균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전(1985~2006년) 3.3%에서 이후 (2007~2019년) 1.7%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유로존의 GDP도 2011년 13조 6,227억 달러에서 2019년 13조 3,358억 달러로 약 3,000억 달러가 추락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재난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하기에 사실상 `잃어버린 10`이 진행 중인 것이다. 생산성 둔화는 혁신의 실종 혹은 약화에서 비롯하기도 하고, 성장 둔화의 요인이 되어 초금융완화를 지속하게 한다.

이는 좀비기업을 증가시켜 또다시 생산성을 둔화시킨다. 145개 선진국의 3만 2,000개 상장기업 중 좀비기업의 비중은 1980년대 말 약 2%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12% 이상까지 증가하였다. 미국의 좀비기업도 2014년 약 10% 수준에서 2019년에는 18% 수준을 넘어섰다. 즉, 저금리를 비롯해 초금융완화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좀비기업의 증가 → 생산성 둔화 → 성장 둔화 → 초금융완화의 지속'이라는 `저금리 함정`에 빠져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좀비기업은 220만 개 이상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기에 금리 인상으로 좀비기업이 파산할 경우 대규모 실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2000년 이후 제조업 종사자가 급감하는 가운데 제조업의 대안으로 부상한 기술진보와 혁신의 상징인 플랫폼 사업모델들이 경제력 집중의 새로운 원천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혁신도 실종된 상태다.

이처럼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 체력은 매우 약화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외부 요인 때문이 아니라 자체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경제 전체의 파이가 정체 혹은 축소하는 상화에서 파이의 배분을 놓고 사회 내부의 갈등은 증폭한다. 미국 중간소득층 가구의 비중은 1970년 62%에서 2018년에는 43%까지 하락하였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을, 그리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1970년 0.394에서 2018년 0.486으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상위 5% 가구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16.6%에서 23.1%로 증가하였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득과 부의 초집중 현상까지 더해지고 있다. 상위 1%는 물론이고, 상위 0.1%가 차지하는 비중은 정체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반면, 소득은 0.001%에게 집중되고 자산은 0.00001%에게 집중되고 있다.

자신만 열심히 살면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른바 `미국인의 꿈`으로 상징되는 `미국식 사회계약`이 흔들리고 있는 배경이다. 20세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시대`가 영원할 것으로 생감했다. 그런데 `새로운 처음`형 충격들로 인해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들의 위상은 후퇴하고 있다.

- 최배근 교수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중에서

by 케찹만땅 | 2021/02/23 20:44 | 세상만사 이야기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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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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