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세계의 시왕도(十王圖)

시왕도는 세종 시기에 처음 만들어져 유행한 것이 아니었다. 불교가 유입되면서 토착 신앙과 결합되어진 것으로 아주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시왕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명부(冥府)라 불리는 저승세계로 간다고 보았다. 저승에는 10명의 왕들이 있는데, 죽은 자들은 저승을 다스리는 시왕에게 심판을 받고 업에 따라 환생하거나 지옥에서 벌을 받는다고 여겼다.

저승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왕은 진광대왕(秦廣大王), 초강대왕(初江大王), 송제대왕(宋帝大王), 오관대왕(五官大王), 염라대왕(閻羅大王), 변성대왕(變成大王), 태산대왕(泰山大王), 평등대왕(平等大王), 도시대왕(都市大王), 전륜대왕(轉輪大王)이 있다. 진광대왕은 망자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왕으로 도산지옥을 관리하며 생사는 수명을 관장한다. 망자가 나쁜 일을 멈추고 선행을 하도록 만드는 일을 맡고 있는데, 특히 살인이나 협박 등을 한 죄인을 심판한다.

초강대왕은 망자가 두 번째로 만나게 되는 왕으로 화탕지옥을 관리한다. 초강(初江) 근처에 관청을 세우고 강을 건너는 죽은 자를 감시하는데, 부정직한 중매나 사기를 저질렀거나 사람이나 동물을 불구로 만든 죄인을 심판한다. 송제대왕은 세 번째 시왕으로 한빙지옥을 관리한다. 큰 바다의 동남쪽 아래에 있는 지옥에 머무는데, 죄의 경중에 따라 죄인을 16개의 지옥으로 보낸다.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거나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자 또는 남을 곤경에 빠뜨린 사람을 주로 심판한다.

오관대왕은 망자가 네 번째로 만나게 되는 왕으로 업칭(業秤)이라는 저울에 망자의 죄를 달아 무게에 따라 벌을 주는 겸수지옥의 관리자다. 아무 이유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음란하고 난잡한 음행을 저지를 자 또는 남의 것을 빼앗고 베풀지 않은 자에게 벌을 내린다.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염라대왕은 업경(業鏡)이라는 거울을 통하여 망자에게 전생의 일을 보여준 뒤, 벌을 주는 발설지옥의 왕이다.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남을 비방하고 거짓말을 한 자를 심판하는 다섯 번째 왕이다. 변성대왕은 망자가 오관대왕과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고도 남은 죄가 있으면 벌을 주는 왕으로 독사지옥을 관리한다. 

신을 부정하거나 신을 이용하여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 추위와 더위와 같은 자연현상을 원망하거나 저주한 자들에게 벌을 준다. 일곱 번째로 인간의 선악을 기록하고, 죽은 자가 태어날 곳을 정하는 거해지옥의 관리자 태산대왕이 있다. 동물을 무자비하게 살생하고, 사람을 무시한 자에게 벌을 내린다. 여덟 번째 평등대왕은 8개의 추운 곳, 8개의 뜨거운 곳이 있는 철상지옥을 다스린다.

죄와 복을 공평하게 다스리는데, 동물을 자비심 없이 죽이거나 불효자처럼 부모에게 잘못을 저지를 사람을 심판한다. 아홉 번째로 풍도지옥을 관리하면서, 죽은 자에게 법화경 및 아미타불 조성의 공덕을 말해주는 도시대왕은 낙태 시술자, 외설적인 글과 작품을 만든 사람이나 읽은 사람, 방화범, 그리고 자살한 사람을 심판하고 벌을 내린다. 

시왕의 마지막 왕인 전륜대왕은 죽은 사람의 어리석음과 번뇌를 다스리는 흑암지옥의 관리자다. 협박 등 나쁜 행동을 통하여 이윤을 취하거나, 충죄를 저지른 사람을 고통이 끝나지 않는 지옥으로 내려보니재만,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다시 태어나도록 해주는 윤회를 담당하고 있다.

10명의 시왕들은 각기 조사하는 범죄유형이 다르지만 일부 왕들은 망자가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벌을 내린다. 또는 태산대왕이나 전륜대왕처럼 윤회를 담당하며 태어날 곳을 정하는 일이 겹치는 왕도 있다. 이렇듯 저승 세계에서는 죽은 사람미다 지은 죄에 따라 최소 1번에서 최대 10번의 심판을 받는다. 망자는 까다로운 심판을 통과해야 하므로 이승에서 지은 죄지를 감추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은 시왕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시왕도는 지옥의 모습을 그림으로 묘사하였는데, 잔혹할 만큼 끔찍하게 표현되어 있다. 죽은 사람을 목판 위에 눕힌 뒤 몸에 못을 박는 지옥, 배를 갈라 오장육부를 끄집어내는 지옥, 빼낸 혀 위에서 소가 쟁기질하는 지옥, 창에 몸을 꿰어 팔팔 끓는 솥에 넣는지옥, 쇠 절구에 몸을 넣어 찧는 지옥, 날카로운 칼이 꽂힌 숲에 몸이 던져지는 지옥, 몸을 형틀에 묶어놓고 톱으로 자르는 지옥, 몸이 얼음산에 던져지는 지옥 등이 있다.

임방(1640~1724)은 자신이 편찬한 야담집 <천예록>에서 '또 다른 지옥에 이르니 없는 말을 만들어 꾸며 하는 자의 죄를 다스리는 감옥이라고 쓰여있었다. 두어 길쯤 되어 보이는 쇠기둥 아래 큰 돌이 있었다. 죄인을 기둥 아래 꿇어 앉히고, 날카로운 칼로 혀를 찌르고 철사로 꿰어 기둥 위에 매달아 땅에서 한 자쯤 떨어지게 했다. 또 큰 돌을 밭에 매다니 혀가 한 자 남짓 빠져나오고 눈알이 모두 튀어나와 그 아픔을 견디지 못했다.'라며 지옥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 표현해도 잔인하고 끔찍한 지옥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시왕도를 직접 보게 되면 누구라도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불교에서 시왕도를 통해 지옥의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평소에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죄를 짓지 않고 선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 조선괴담실록 중에서

by 케찹만땅 | 2022/07/18 12:20 | 깨달음의 여정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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