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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경제, 개방과 혁신의 분배시스템

데이터 경제에서는 분배시스템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산업사회에서는 생산과 소득 등에서 노동시간이 중요한 기준이다 보니 노동과 여가가 분리되었다. 경제학에서 노동은 타인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기에 효용이 감소하고, 그 반대급부로 임금소득을 보상으로 받는다. 반면, 여가는 자신을 위한 시간이기에 효용이 증가하나 임금소득을 얻을 기회를 축소한다.

그러나 데이터 경제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치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일률적이고 사무적인 결정을 컴퓨터가 수행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은 창의성이다. 그런데 창의적 아이디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조 제품의 생산물처럼 노동시간과 일대일의 비례관계를 갖지 않고, 노동과정에서가 아니라 여가(자유시간)와 놀이에서 생겨난다.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다른 아이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고 창의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놀이와 배움은 같은 개념이다. 즉 상상력과 창의성의 원천인 놀이없이는 문화의 진화가 불가능하다. 놀이가 상상력과 창의성의 원천인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할 때만이 창의성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실제로 놀이로 이야기를 만들고 문화를 창조했다. 일찍이 요한 호이징가 John Huizinga(1872~1945)는 1938년에 출간한 <호모 루덴스>에서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의 창의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아이들의 삶에서 놀이시간이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는 맥락이다. 그런데 산업사회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된 기성세대는 놀이가 단순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사실, 교육의 어원이 에두케레(Educere, 끌어내다), 즉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듯이, 주입식 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아니다. 진정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문제를 풀려는, 평범하지만 집요한 사고과정의 산물인) 창의성은 오랜 훈련을 통해 서서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서 생겨나는 문제 해결능력이기 때문이다.

즉, 자유와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문제를 찾아내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시간과 자유시간이 감소하는 한국 교육은 시대를 역주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창의적 아이디어가 가치창출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데이터 경제에서는 자유시간인 여가가 가치창출에 이바지하기에 여가와 노동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나올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유를 주어 자기의 길을 찾게 해주어야 한다. 실제로 교육의 목표인 잠재력을 끌어내기에 가장 좋은 방식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일을 찾아내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둘째로 창의적 아이디어는 월등히 많은 시간을 들여야 나올 수 있고, 심지어 사람에 따라서는 생애 한 번의 좋은 아이디어로 인류 세계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즉 창의적 아이디어는 노동시간 투입에 비례하여 나오지 않기에 노동시간 투입에 기초한 소득 배분은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가 기본소독 흑은 사회배당금이다.

(재산,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인) 기본소득이나 (도움이 아니라 인권 개념인) 사회배당금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왔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ewart Mill은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저축하는 사람을 제재하는 `온건한 형태의 도둑질`로 공격한) 누진세 대신에 비례세를 옹호했지만 상속 재산은 기회의 평등을 저해하므로 상속세를 무겁게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사회의 생산물 배분에 있어서, 노동 능력이 있든 없든, (생산물 중) 최소한의 일정량을 공동체의 모은 구성원의 생족을 위해 우선 할당하고, 나머지 생산물울 노동, 자본, 재능의 3가지 요소 사이에 일정 비율로 나눌 것은 주장했다. 또한 헨리 조지 Henry George는 비싼 의료비나 학교 중퇴율, 범죄 증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빈곤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데, 이는 모든 사람의 재산인 지구(토지)를 극소수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불공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그 세금을 모든 사람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당을 받는 것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중에서

by 케찹만땅 | 2020/09/26 16:46 | 세상만사 이야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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