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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죽음과 제3의 시나리오

두 작품 모두 김진명 작가의 작품으로 소재 자체는 서로 무관하지만 결국 내용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엮여져 뗄레야 뗄 수 없이 이어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두 소설을 같이 읽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제3의 시나리오에서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 문제와 북핵으로 다시 시끄럽던 한반도를 바라보던 그들이 세웠던 3가지 시나리오들 중 알려지지 않은 3번째를 알아내기 위한 시도가 펼쳐지고 여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더욱이 드러나서는 안되는 도청기술이 사용된다.

미국의 도청기술이야 인공위성까지 동원하는 최첨단일테고 여기에 맞서 미국 대통령 부시의 극비 아지트인 '캠프 데이비드'를 도청할 방법은 무엇인가. 이라크 파병과 북핵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평양을 거쳐 베이징에서 죽음을 맞은 소설가가 남긴 글에서 발견된 내용의 실체는 더욱 큰 문제가 존재함을 알리고 있고, 때마침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맞물려 전방에 배치된 자국 군대를 남쪽으로 이동시키면서 일본에 추가 병력을 파견하려는 움직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게 '제3의 시나리오'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신의 죽음'은 정반대로 중국과 관련하여 그들이 벌이고 있는 '동북공정'을 파고 드는 내용으로 일본은 있는 역사를 비틀어 왜곡시키지 못해 안달이고, 중국은 없는 내용도 만들어내는 날조를 서슴지 않고 있다. 갸들은 언제부턴가 고구려의 역사를 부정하며 심지어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 부족들 중 하나이고, 한족이 세운 나라라는 짱깨가 족발먹다 오성홍기로 빈그릇 닦는 소리를 하고 있다.

1994년 여름이 지나갈 무렵쯤, TV를 보며 두 번 놀랐는데 그 한 번은 당시 어설픈 CG로 악수하는 모습과 함께 자막으로 뜬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남북 정상회담 성사라는 내용이었고, 그 다음은 뜻밖에 불과 며칠 후 김일성 주석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김일성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건 예전에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바로 그 점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거기에는 김정일과 군부에 의심의 눈초리가 가게 되고, 이것이 중국과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도 그럴것이 김일성이 당시 나이가 좀 많긴 했어도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었고, 또 그의 옆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고, 신경을 많이 썼겠는가. 하지만 급작스런 신변의 이상이 일어났을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납득하기 힘들다.

책에서는 김일성이 중국의 동북공정과 북한의 흡수를 경계하며 오히려 미국과의 교류를 모색하고 있었고, 그 방편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나온다. 제3의 시나리오와 신의 죽음 모두 1994년 미국이 북한 폭격 직전까지 가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말하고 있으나 제3의 시나리오에서는 북한이 배치한 장사정포를 궤멸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서 폭격 직전에 클린턴이 작전을 취소했다고 나오지만 여기 신의 죽음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특사로 온 카터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교류할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던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중국과 강한 협력을 원했던 세력의 불안과 동요를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중국이 고구려의 역사를 폄하하며 북한을 압박할 때 그에 대응하는 카드로 나오는 것은 김일성이 가지고 있었던 '현무첩'과 고고학자들을 동원한 단군릉과 덕흥리 고분의 발굴작업에서 나온 성과였다. 과연 현무첩은 무엇이고, 거기에는 어떤 것이 담겨있으며 단군릉과 덕흥리 고분에서 발굴된 결과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은 방사능으로 망해가고 있는데다 미국의 꼽사리적인 성격이 강하니 일단 무시하면서 제쳐두고, 러시아는 그동안 조금씩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했으나 미국과 중국만큼은 우리의 좌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채 그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 - 북한 - 대한민국 - 미국 이런 구도로 형성된 동북아의 정세에서 우리는 미국, 중국을 동시에 상대하며 적절하게 교류하는 슬기로움을 펼쳐야 하지만 지금 우리는 내부에서 좌우보혁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기에 급급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중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흑, 백 논리만이 팽배해져 있다. 그래서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한다는 사람들을 뼛속까지 친일, 숭미라고 하고, 그 반대로 북한, 중국과 교류를 넓혀야 한다면 바로 좌빨, 종북이라고 매도한다. 기실 따지고 보면 우리끼리의 이런 소모적인 싸움은 정말이지 의미없고, 불필요한 것인데... 그 중간은 없고,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그간 너무나 극심한 외세의 침략 속에서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대주의자들이 너무 많이 양산되었다.

우리는 중간에서 치우침이 없는 중심을 잡고, 미국과 중국 필요하다면 일본까지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배포와 교묘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기인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경제 살리는 것도 중요할테지만 이런 슬기로운 줄다리기를 통한 외교를 잘 할 수 있어야만 이 시대의 진정한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 면면들은 아무리봐도 정이 안 간다. 내 부산 살지만서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는 이제 좀 하지 마라. 너거들은 남이다.

by 케찹만땅 | 2012/08/19 21:51 | 나의 서재와 책 한권 | 트랙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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